억지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눈만 감은 것이지 잠이 든 것은 아니다.
눈이 부셔서 눈을 옷으로 덮었지만 잠이 오진 않았다. 일반 응급실 환자용침대보다 폭이 약간 좁고 높이도 높아 불편한 응급구조용 이동침대를 배정받은 탓도 있다.
병실이 없어 오늘밤을 꼬박 응급실에서 새우게 되었다. 내일의 시술을 위해 잠시 뒤척이며 잠을 청해본다. 사방에서 들리는 심장박동기 소리와 경보음, 심음소리와 등두드리는 소리. 그나마 울며 보채던 아이는 잠들었는지 조용하다.
그런데 감자기 주위가 소란스럽다. 서로 밀치고 몸싸움하는 소리가 험악해진다.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갑자기 심장이 뻑뻑해진다. 심장을 짖누르는 듯한 통증이 오기시작하자 도저히 누워있을 수 없는 상태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숨을 고르며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린다. 그런데 건너편 침대 앞에서는 덩치가 큰 젊은 사람이 침대에 누우라는 의료진의 지시를 거부하고 몸싸움 중이다. 병원 보안요원들까지 침대 주변에 서 있고 같이 온 친구는 진료를 받자고 설득 하는데 술에 취한 듯 약물에 취한듯 한 이 사람은 의료진이 무조건 침대에 누우란다며 기분 나쁘다고 진료를 안받겠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가슴 통증을 애써 참아가며 위에 걸어 놓은 수액 봉지를 빼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들의 실랑이는 화장실에서 돌아올때까지 이어졌다. 결국 간호사가 위험하다며 남자의 몸에서 수액을 제거하고 의사는 진료를 받을 것이냐 아니냐를 몇번씩 물어보다 진료를 안받겠다면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해 결국 이 남자는 동의서에 서명하고 응급실을 나갔다.
잠시 응급실이 조용하다 싶었는데 2분도 안지나 어떤 환자가 각종 수액봉지와 약물 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 여러 검사기구들을 잔뜩 걸친 침대에 실려 들어온다. 의사는 뒤따라 온 보호자에게 집 주변을 뒤져서라도 농약병을 찾아 오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사람 같다. 이 환자는 급한데로 위세척을 하고 이곳으로 온 것 같이 호스도 보인다. 옆 침대의 할머니는 수액을 꽂은 채 자꾸만 집에 간다고 옷을 주워입고 나서는 것을 의료진들이 교대로 와서 만류하고 했는데 이제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주무신다. 소화기계통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보다.
맞은편 건너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는 맥박이 40대초반을 왔다갔다 한다.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기계가 삼장 박동때마다 모니터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삑삑 신호음을 낸다.
응급실에 들어 온지 한 시간도 안된 농약 마신 환자를 의료진이 다른 곳으로 분주히 이동 한다. 상황이 급한 것 같다. 그 환자가 빠져 나가자 다시 응급실에 고요함이 밀려 온다.
서서히 새벽이 온다. 새벽 5시가 얼마 안남았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대걸레로 침대 주변을 청소하고 다닌다. 지친 환자보호자들도 비어 있는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내 보호자인 아내는 내 옆 침대가 비워지자 그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오늘 오전 시술에 대비해 나도 잠깐 누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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