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에서 살기/무안기행

매화 향기에 취하다.

미산(眉山) 최병선 2016. 3. 17. 14:39
 

 꽃샘추위가 지나자 남녘에는 꽃나무들이 제각기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려 봄을 알리고 있다.
 겨우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밭에 모처럼 발걸음을 했다. 지난 가을 묘목을 심어 놓았던 황칠나무와 꾸지뽕 몇그루, 대추나무 두 그루가 모진 겨울 바람에도 잘 버티고 나를 맞았다. 어린 황칠나무는 뿌리가 견고하지 않은 탓에  바람에 쓸려 비스듬히 누워있다. 가지고 간 연장이 없어 손으로 대충 흙을 긁어모아 비스듬히 누운 묘목을 바로 세우고 북을 돋아 주었다.
 다른 나무들은 새순을 피우기 위해 지하의 물을 빨아 올리기 시작했는지 나무에 생기가 돌았다.

 밭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그동안 이상이 없었는지 살피고 있는데 저만치 밭 가장자리에서 하얀 매화꽃이 빨리 와보라고 손짓한다. 매화꽃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는지 꽃망울이 터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2 년 전 밭 둑에 매실나무 묘목 2 그루를 사다 심었는데 작년 봄에 왕매실 두 됫박쯤 땄을까?
 그 매실나무에서 이제 막 매화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올해는 매실을 네 됫박은 딸 수 있겠지.
 매화꽃을 보고 있으니 꽃차 생각이 났다. 매화꽃을 따다 말려서 꽃차를 만들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어 달 뒤 탐스럽게 열릴 매실을 생각하면 '저걸 어떻게 따?' 하는 생각이 들어 언뜻 매화꽃에 손이 가질 않는다. 나도 농부가 다 된 모양이다.